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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제재에 '불법 지원금' 다시 극성.. '지원금 상한제' 재검토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0.04 17:33

수정 2015.10.04 17:33

통신사, 대리점에 지원금 대신 리베이트 늘리고
대리점, 리베이트 일부 가입자에 주며 고객모집
단통법 이전의 영업방식 그대로 재현된 셈
SK텔레콤의 영업정지 기간에 '불법 페이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폰 집단상가.
SK텔레콤의 영업정지 기간에 '불법 페이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폰 집단상가.

SK텔레콤의 신규 가입자 모집 금지 제재로 수면 아래로 사라졌던 '불법 페이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원금 상한제의 부작용이 SK텔레콤의 영업정지를 계기로 다시 불거지면서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의 수정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의 신규 가입자 모집이 금지된 지난 1일부터 일부 유통망에서 최신 단말기인 갤럭시노트5와 갤럭시S6 등을 번호이동으로 구매하는 가입자에게 공시지원금 외에 최대 20만원 이상의 불법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공시지원금 외에 유통망이 가입자에게 현금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이른바 '불법 페이백'이라고 불린다.


'불법 페이백'은 단통법을 위반하는 행위다. 유통망은 공시지원금 외에 추가로 공시지원금의 15%까지만 고객에게 지원할 수 있다. 15%를 넘는 지원은 불법으로 방송통신위원회의 단속 대상이다.

■휴대폰 집단상가 위주로 20만원 이상 '페이백'

4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망들은 지난 3일 토요일부터 음성적으로 불법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온라인 유통망을 중심으로 최대 20만원 이상의 불법 페이백이 이뤄졌으며 오프라인 유통망인 휴대폰 집단상가를 위주로 공시지원금 외에 불법 페이백이 수시로 지급됐다.

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폰 집단상가 유통망은 지난 3일부터 갤럭시노트5와 갤럭시S6, G4 등의 단말에 불법 페이백을 지급했다.

갤럭시노트5는 지원금과 불법 페이백 등을 받으면 40만원대 초반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다. 갤럭시S6는 최저 27만원에도 구매할 수 있는 불법 페이백이 이뤄졌다. 갤럭시노트5와 갤럭시S6는 최고가 요금제를 이용해도 각각 58만원, 48만원을 내야 살 수 있는 단말기다. 특히 이 유통망들은 특정 통신사로 번호이동을 하는 고객과 부가세 포함, 6만원대 이상 요금제 가입자에게만 불법 페이백을 지원했다. 단통법이 금지하는 대표적인 이용자 차별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강변 테크노마트 휴대폰 집단상가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갤럭시노트5는 40만원대 후반, 갤럭시S6는 30만원대 초반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최소 10만~20만원의 불법 페이백이 이뤄졌다.

시시각각 바뀌는 이동통신사들의 판매장려금(리베이트) 정책도 계속됐다.

유통점 주인들은 "오후가 되면 정책이 바뀔 수도 있다"며 가입을 유도했다. 규제당국의 감시가 심하면 리베이트를 낮추고 감시가 뜸해지면 리베이트를 올리는 단통법 이전의 영업방식이 그대로 재현된 셈이다.

■지원금 상한제 때문에… 지원금 대신 리베이트 올릴 수밖에 없어

이 같은 일이 재현된 것은 경쟁사의 영업정지 시기에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통신사들이 유통망에 리베이트를 늘렸기 때문이다. 지원금 상한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고객들이 많이 찾는 신규 단말기로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리베이트를 늘리는 방법 외에는 딱히 마땅한 방법이 없는 것이다.

유통망은 자신들의 이익을 줄여가며 가입자 확보에 나섰다. 리베이트는 유통망이 가입자를 모았을 때만 지급되는 돈이다. 유통망이 자신들의 리베이트 일부를 가입자에게 주면서까지 가입자를 모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규제당국의 단속도 이들을 막지 못했다. 실제로 지난 3일 한 휴대폰 집단상가에 정부 단속반이 들이닥쳤는데 유통망은 개통을 취소시키는 방식으로 정부의 단속을 피해갔다.

정부의 단속을 받은 유통망 주인은 "3일 오후에 정부 단속이 나와서 가입시켰던 가입자 개통을 취소시키는 등 여기 휴대폰 유통망이 다 난리가 났다"며 "정부 단속 때문에 정책이 바뀔 수도 있는데 아직은 유지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원금 상한제 폐지 주장, 다시 고개 드나

유통망에서는 단통법의 지원금 상한제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유통망 관계자는 "통신사는 지원금을 높여서라도 가입자를 모으고 싶은데 상한선이 33만원이니 어쩔 수 없이 리베이트를 늘려서 가입자를 모으려고 한다"며 "우리 입장에서도 지원금 자체가 오르면 불법을 저지르지 않고도 많은 가입자를 모을 수 있는데 지원금은 그대로고 리베이트만 늘어나니 리베이트를 활용해서 가입자를 모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망 관계자는 "지원금 상한제가 없다면 통신사가 평소대로 리베이트를 지급하면서 지원금을 높이지 않겠느냐"며 "지원금 상한제가 우리 영세 유통망을 범법자로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에서도 지원금 상한제가 단통법의 취지인 이용자 차별 해소와 큰 연관이 없는 제도라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보조금 상한제는 보조금 규제의 가장 큰 목적인 이용자 차별 방지와는 관련성이 떨어진다"며 "잦은 단말기 교체로 인한 자원낭비 방지라는 목적에서 도입됐지만 이는 정부의 지나친 간섭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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